얼마전에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을 봤다. 사연이 많은 해외 동포들에게 한국 음식을 배달한다는 내용. 미국으로 입양간 한국 여자 아이가 자라서 미군이 되었고 한국으로 배치되어 주둔하면서 대구에 살고 있는 자신의 생물학적 가족을 찾는다. 엄마, 아버지. 여기에 언니, 남동생들까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가족들을 찾은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현재 둘째 임신중. 임신한 여동생이 눈에 밟힌 한국의 언니는 이번 무도 특집에 응모한다. 이 사연이 채택되어 유재석이 직접 한국의 그녀 가족이 만든 음식을 들고 미국 버지니아의 파이엇빌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냥 음식만 배달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보니 한국의 가족들이 와 있다! 이들은 재회의 기쁨에 얼싸안고 눈물을 펑펑 흘린다. 여기에 깜짝 손님으로 미국 아버지, 즉 입양한 아버지가 와서 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확대가족'의 잔치가 벌어진다.
어쩌면 상당히 식상한 이 이야기 속에서 핵심은 의외로 이 여자가 입양된 사연. 놀랍게도 이 여자가 미군으로 한국에 와서 자신의 가족을 찾을 때까지 이 한국의 가족들은 그녀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 딸을 첫째로 본 이 가족의 '어르신들'은 둘째도 딸이 나오자 결심을 한다. 이 딸을 떠나보내기로. 산모에게는 애기가 사산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입양을 보낸 것이다. (어이없었던 것은, 셋째와 넷째는 아들이었고 잘 키웠던 모양이다.) 이 어머니는 그 딸이 죽었다고만 생각했고 언니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나중에 살아돌아오다니. 그녀에게 미안해야 할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아마 이미 죽은 누군가일 것이다.
지금 한국 20-30대 성비의 불균형이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장가 못간 남자들은 매일밤 늑대의 울음 소리를 내며 DDR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 비극을 누가 만들었을까? 초음파라는 기술이 산부인과에 도입되고 90년대에 한국의 산부인과에서는 엄청난 수의 태아들이 무자비하게 도륙되었다고 한다. 난 낙태 반대론자는 아니지만 근대 의학 기술과 전근대 남아 선호 사상이 결합되었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해 그저 치를 떨 뿐이다. 우리는 그래도 죽이거나 버리지 않고 입양기관에 위탁한 친절함을 발휘한 그 여자의 집안 어르신들을 칭찬해야 할지도 모른다.
새생명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요즘 가끔 가는 '메갈리아' 사이트에서는 '죽은 누나'라는 말이 씹치남들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인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천대받는 우리 나라 여아들은 성인이 되어 꼭 혁명을 일으키길 바래본다.